본문 바로가기

자기계발

인생은 도전이다.

50일간 4만km, 미국 48개주 자동차 횡단 한 사나이

‘트랜스내셔널 챌린저’ 안도현 씨 인터뷰

시민리포터 조영관 | 2012.11.14

[서울톡톡] 그는 인생 실패자였다. 시험에 백지를 제출했다. 내신 성적은 꼴등이었다. 대학입시에 4번 도전하여 모두 실패하고 자신을 비관하여 자살을 생각했으나 그것도 두려웠다. 그러다 무작정 한 겨울에 강원도 횡단을 시작했다. 결국 죽지 않고 횡단에 성공하고 그 순간 인생의 목표를 세운다. 그 젊은이는 군대를 마치고 26세가 되는 해 돈을 모아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미국에서 대기업 설립자를 만나 자신감을 얻게 됐다.

삼성물산 안도현 과장(38세)의 이야기다. 과거 그는 공무원으로서 도지사 통역과 해외투자업무를 맡았으며, 지금은 글로벌 기업의 해외 부동산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세계 도시들의 문화, 언어를 경험하고 이해하고 있어 큰 자산이 된다고 했다. 그는 외국어, 부동산, 경영, MBA, 교육학까지 다양한 분야를 섭렵했고 영어와 터키어, 프랑스어, 힌디어를 구사하는 자칭 트랜스내셔널 챌린저(Transnational Challenger, 초국적 도전자)다. 인생 실패자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그는 2002년이 되는 해에 미국 대륙횡단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50일 만에 48개주를 자동차로 여행했다. 한 번도 숙박업소에 투숙하지 않고 식당에서 밥을 먹은 적도 없이 최소비용으로 48개 주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꼭 10년만인 2012년, 그는 전 세계 63개국을 방문했다. 유럽의 28개국은 기차를 타고 친 동생과 완주했으며, 동남아 14개국은 한 달 만에 모두 일주했다.

다양한 여행에서 죽음의 위기를 여러번 넘겼다는 그는 현재, 아주 건강하게 살아있다. 외모는 온실 속의 엘리트처럼 보이나, 잡초처럼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사는 그를 만나보았다.

- 현재 하는 일과 가족 소개 부탁한다.

▲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알제리, 터키 등 해외부동산 개발을 검토하는 담당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삼성물산에 입사하기 전에는 경기도청에서 외국기업 투자유치 업무를 했고, 코트라, 김앤장, 교보생명 등 다양한 직장 경험과 무역업, 부동산 임대, 여행사 등의 사업경험이 있다. 인도, 미국에서 공부했으며 MBA와 교육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처음 강원도 도보횡단을 한 이후로, 미국 대륙 자동차 횡단을 마쳤으며, 꾸준히 여행을 떠나 현재 63개국 250개 이상의 도시를 방문했다. 이 경험으로 해외부동산 개발과 해외 도시에 대한 통찰력을 갖는데 도움이 되었다. 가족은 항공사 승무원인 아내와 5세 아들이 있는데, 아들 역시 이미 8개국을 방문했다.

- 자신을 어떤 분야의 최고라 생각하나?

▲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에는 너무 다양한 경험과 관심을 가져왔다. 세계 여행을 100개 이상 다니시는 분들도 많고, 더 어려운 도전들을 하신 분들이 많아서 최고라고 하기가 어렵다. 또한 무전여행이나 짧은 기간의 다양한 여행 경험이 최고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런 경험들이 현재 업무와 인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지역의 방문에 관심을 가진 것 같다.

▲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끊임없었다. 고등학교 시험에서 백지를 내고 꼴등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입시에 4번 실패하면서 삶에 대한 열등감과 패배감으로 자살을 생각했다. 서울-철원-양양까지 한 겨울에 무전으로 도보횡단을 했고,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여행을 통해 삶의 깨달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때부터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들소가 차로 달려들고, 코요테 습격을 당하기도…

- 어떻게 미국 본토 자동차 횡단을 생각하기 시작했는지?

▲ 대학입시에 계속 실패하고 나서 미국에서 학비가 가장 싼 어느 주립대학교에 입학했다. 미국에서 우연히 매우 성공한 대기업 설립자를 만났는데, 그가 자신감을 주었다.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모든 경험이 자산이 되니 미래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라"며, 도전하라고 했다. 그 후 갑자기 인상된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는데, 귀국 전에 미국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고 싶었다. 당시 500불을 주고 중고 자동차를 사고, 총 2,000불을 가지고 아칸소에서 로스앤젤레스로 떠났으며, 그곳에서 북부, 동부, 남부의 43개주를 돌고 이후 나머지 5개주를 향해 다시 떠났다. 결국 50일 만에 48개주를 방문하는 그 목표를 완수했다. 아직 하와이, 알래스카는 못 가봤다.

- 죽을 고비를 많이 넘기셨다는데 기억 남는 사례는?

▲ 50일 안에 48개주를 방문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9·11사고가 나기 전이라서 외국인에 대한 관대함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차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수시로 불심검문을 하고, 콜로라도에서는 산속에서 잠을 자다가 코요테에게 습격을 당해 어둠 속에서 도망치다가 다치기도 했다.

단 하루도 돈을 내고 호텔이나 모텔에서 투숙하지 않아, 차 안이나 하늘을 지붕으로 어둠 속에 잠을 자는 매일 매일이 매우 위험한 순간이었다. 가장 무서웠던 경험은 운전 중에 커다란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의아해 하고 있다가 운전대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 온몸을 비틀었는데, 그 순간 내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운전 중에 졸면서 꿈까지 꾼 것이다. 아침에 차가 어딘가에 주차돼 있는데, 그 곳이 어딘지, 내가 어떻게 주차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애리조나에서는 인디언 마을에 들어가서 며칠을 보내기도 했는데, 아무도 모르는 곳이고 인적도 드물어 잘 때마다 공포가 생겼다. 옐로우스톤에서는 들소가 차로 달려들어 속도를 내다가 사슴을 치었던 사고도 있었다. 디트로이트에서는 흑인 마을에 잘못 들어가 사진을 찍다가 갱들에게 추격을 당하기도 하였다. 유타에서는 고속도로에 돌을 올려놓고 기다리는 강도를 만나 도망치기도 하였다.

강과 호수를 만나면 수영을 했다, 그것이 유일한 샤워다

- 그럼 50일간 혼자서 어떻게 운전을 했는가?

▲ 경비가 많지 않아 차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차 안에 물통을 싣고, 아이스박스와 가벼운 텐트를 싣고 다녔다. 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음료수와 빵을 먹으면서 다녔다. 영양실조가 염려되어 영양제를 매일 먹었다. 마지막엔 피곤해서 집에 돌아가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운전하다가 강과 호수를 만나면 수영을 했다. 비오는 날을 제외하곤 그게 유일한 샤워였다.

나중에 운전을 마치고 돌아오니 몸무게가 10Kg 빠졌고 피부도 거의 검은색이 되어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한 달 정도 귀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 미국 여행은 어떠한가?

▲ 미국은 자동차로 다니기에 매우 편한 곳이다. 도시를 찾아 갈때 안내가 잘 되어 있고, 길도 곧아서 하루 종일 한 번의 커브로 없이 직선거리를 달릴 정도이다.

당시엔 미국인들이 동양인에게 호의적인 편이었는데, 늦은 시간에 도움을 요청하면 간단한 숙소나 음식을 제공해주기도 했다. 경찰들도 때론 호의적이어서, 위험 지역에서 안전한 지역을 안내해주기도 하였다.

미국여행을 통해 내가 배우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애리조나의 미국 원주민의 삶의 수준을 보고, 디트로이트와 로스앤젤레스의 흑인 지역을 다니면서, 그동안 알고 있던 미국에 대한 고정관념이 변하게 되었다. 'LA 폭동'에 참가했던 흑인과 시카고의 유태인들을 만나면서 미국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위험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대자연으로 가득한 광활한 대지, 그리고 끊임없이 연결되는 평야와 산맥, 하늘을 가득 채우는 별을 바라보면 미국은 축복받은 땅이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 미국 여행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곳은?

▲ 미국 동부에 역사적인 작은 소도시들이나,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추천한다. 미국은 레드우드 숲, 옐로우스톤 등의 대자연을 경험할 수도 있다. 미국은 하나의 도시 보다는 횡단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카고,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의 대도시는 필수라고 생각한다.

- 짧은 기간에 많은 도시, 국가를 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무엇을 배우나?

▲ 평범한 학생이나 직장인이 전 세계를 다니기는 쉽지가 않다. 자신이 진짜로 좋아하는 지역과 국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경험한 것만이 전부라고 판단하기 쉽다. 따라서 진정 좋아하는 지역을 발견하기까지 다양한 지역을 여행해야 한다고 본다.

빠르게 다니는 여행이 진정한 여행은 아니지만, 다양한 지역과 국가를 이해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장애인인 친동생과 유럽 28개국을 30일 만에 돌파한 적이 있다. 이후 동생은 다시 가고 싶은 지역을 찾게 되었다. 만약 28개국을 가지 않았으면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가는 지역에 대한 선택에서 한정된 선택을 했을 것이다.

동생의 경험 역시 장애인의 편견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미국 역시도 이후 수차례 재방문을 했고, 그 때는 정말 좋아하는 도시에서 편하게 머물게 된다. 여행을 다니다보니 매일 하루하루가 새로운 경험이 되어 생각과 사고가 깨인다. 또한 수많은 어려움에 닥치게 되는데 그때마다 이 순간이 지나면 어떤 경험과 기억이 될지 생각한다.

-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용기가 되는 말은?

▲ 경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편견에서 갇혀 있고, 힘들어 하고 있다. 이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들에게 만약 죽음을 선택하더라도 당장 초라하게 죽지 말고, 미국 그랜드 캐년에 가서 벤츠 자동차를 타고 죽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살라고 조언하고 싶다. 다양한 세계, 그리고 새로운 도전을 통해 자신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파악하면, 그 소심한 결심들이 얼마나 약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돈이 없으면 무전여행을 떠나면 된다. 조금만 절약하고 아끼면 해외 항공료는 모을 수 있다. 적어도 미국 48개주를 횡단하거나, 전 세계 100개국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소중한 삶을 포기하지 마라.

-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은?

▲ 많은 지식은 여행과 독서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통해 세계화, 글로벌화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20대의 나는 한국에서 낙오자이고 실패자였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나를 비하하고 비난하고 무시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나는 진정한 실패자가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세계와 경험은 내 주변사람들이 매우 편협하고 좁은 시야를 갖고 자신들이 두려워하는 경험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많이 보고 경험하고 읽고 배우게 되자 내 주변의 수많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안타까워졌다. 그때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내 자신에게 당당해졌다. 출신, 학벌, 외모, 직업, 경제력 등 모두 주관적인 기준일 뿐이었다. 자신의 한계를 한국 사회가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자신을 구속하지 말고 도전하였으면 좋겠다.

외국어 익힐 땐 말하기와 듣기에 치중한다

- 자녀들 교육 측면에서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은?

▲ 영어교육을 시킨다고 어린아이에게 영어유치원 등의 스트레스를 주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쟁적으로 어려운 말을 하면서 서로 대화가 아닌 언어를 공부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정확한 의사표현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한다. 영어공부를 시키기보다는 기회가 되면 가까운 영어 사용 국가(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나 해외 가족 여행을 권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여행을 하다보면 매우 사소한 일상의 대화나 상황이 문화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바로 영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영어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동기를 제공한다. 즉, 영어교육에 투자하는 돈을 모아 영어권 국가 여행을 권한다.

-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다.

▲ 미국에서는 경영학, 인도에서는 컴퓨터를 공부했다. 이후 부동산, 교육학을 공부하고, 보험회사, 공공기관, 법무법인,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등의 직장 경험을 했다. 현대는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산업에서도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활용되는 사회이다. 현재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는데, 포화상태인 국내 부동산 개발을 해외에서 확장시키는 일이다. 우리의 빠른 도시발전 경험이 해외 도시에도 적용이 되는데, 다양한 분야의 직장경험과 인문학적 지식과 여행 경험이 도움이 된다.

- 영어를 잘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잘하게 되었는가?

▲ 현재 사업을 위한 협상, 회의를 능숙하게 진행하고,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 도지사를 수행해 통역을 하기도 했고, 현재 OPEC 영어 1등급으로 협상, 회화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잘하게 된 동기는 한국말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공부한 영어가 군대를 마치고 돌아오니 매우 간단한 단어조차 쓰지 못하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 것도 아니었다. 미국에 가니 나의 '애플' 발음을 아무도 못 알아들었다. 그 이후 단어를 외우지 않고 계속 발음을 흉내 내고, 문장을 흉내 내었다. 상황별로 쓰는 표현들을 반복해서 말하다 보니 대화가 되었다. 미국 자동차 여행을 혼자 하면서 너무 심심해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중얼거렸다. 나중에는 자동차에게 이름을 부르며 가상으로 대화를 하면서 무료함을 달랬다. 50일 동안 영어로만 말하고 생각하니, 듣는 대로 영어 단어들이 기억되었다. 이후 영어는 매우 편한 언어가 되었다.

- 다른 외국어도 쉽게 가능한가?

▲ 주로 말하기 듣기에 치중한다. 새로운 나라로 여행을 떠날 때, 현지어로 된 영화와 회화 음성파일을 반복해서 듣는다. 기존 방법대로 발음을 따라서 하고, 문장을 반복해서 외우다보면 매우 기초적인 회화가 가능해진다. 간단한 의사소통을 하면, 여행을 다니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못한다. 같은 행동에 대해서 다른 방식으로 소리를 낼뿐, 언어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따로 공부하는 것 보다 문화를 접하고 모방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지에 살면 그 나라 언어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도전하는 것이 삶과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 미국에서 배운 것이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에선 '절대로 하지마라'를 가르친다. 지금까지 하지 말라고 한 것을 시도했고,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해왔다. 설사 위험이 있더라도 위험을 피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시도를 해보라고 하고 싶다. 남들이 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또 하나의 성장이 있다면 안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시도, 즉 도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게 또 있다면?

▲ 지금 목표는 100개국에 가는 것이다. 아직 중앙아메리카와 남부아프리카에 못 가봤다. 기회가 되면 꼭 그 지역에 가고 싶다. 지금까지 다양한 직장과 직업에 도전해왔다.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직업과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